Koder / 박성훈
article thumbnail

유발 하라리의 책 극한의 경험이다

아마 내가 사피엔스를 안읽고 이걸 읽는 상당히 독특한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유발 하라리 책 중 처음으로 읽어본다.

 

이 책은 다양한 시대상황의 시각과 관점에서

제목처럼 '극한의 경험' 을 겪은 사람들이 그 이후에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사고방식을 통해 이를 표현하고자 하였는지를 분석하는데,

이 '극한의 경험' 이 전쟁이고 분석하고자 하는 매체가 전쟁 회고록이기 때문에,

이 책은 전쟁으로 발생한 개인/사회의 변화를 분석하는 전쟁 문화사 책이다.

 

시대 연도가 복잡하게 이동하며 비교분석하는데

시간순 정렬이 아니라 조금 복잡하기는 하지만 이해하기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전투에 관해 자세히 설명하려는 참전용사들은 종종 전투를 현현으로 묘사한다.
~
의식이 그 순간으로 완전히 빨려들어가, 전투병은 전에 없이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계시적 전쟁' 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크게 두가지 묶음으로 묶어 비교분석하게 된다.

관념론 - 극한 상황에서 정신의 핵심만이 남아 '의지가 승리'한다고 주장하는 유형
유물론 - '인간은 물질이다' 전쟁을 극히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전쟁에서 인간을 죽게하거나 변화시키는 본질이 육체라 주장.

 

개인적으로 흥미있는 부분은

관념론과 유물론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사회또한 바뀌고 발전했다는 부분이다.

전근대 시대에서 군인은 장군의 말에 복종하는 존재로써,

장군이 '순수한 정신' 을 의미했다면 군인은 '복종하는 육체' 였다.

군인은 품위없는 집단으로써의 취급을 받았고, 이상적 군인상은 장군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뀜에 따라 교육이 시행,

군인의 역할이 '복종하는 육체' 에서 주도적으로 생각하는 군인으로 바뀌었고,

이는 당시 사회가 산업혁명 과정에서 '기계'처럼 노동자를 대우한것에 비해 반대되는 것이어서

역으로 군대가 사람답게 인정받을수 있는 장소였다.

 

이는 장군이 기계같이 치밀하고 완벽한 작전을 짜야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작전의 일부를 사병에게 맡길수 있었고,

사람을 복종하는 기계와 같은 존재로 만드는 과정이

불필요해짐에 따라 군인을 모집하고 훈련하는 효율이 뛰어올랐다.

고참 군인은 지혜를 가진 참전용사로 묘사되었다.


전쟁 이후 사상의 변화또한 크게 두가지로 갈라졌는데,

첫번째는 긍정적인 계시의 경험으로 보는 것이고

두번째는 환멸의 경험으로 보는 것이다.

 

첫번째의 경우는 관념론과 관련된 것으로, 전쟁터에서 일상생활에서의 잡다한 생각이 모두 씻겨나감과 동시에

'삶' 을 실감하는 핵심적인 자기자신만 남는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나폴레옹과 같은 명장들이나 사회적인 명예와 같은것이 극한상황에서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이러한 느낌으로 서술된 회고록이 많았다.

이 관점에서 기술된 전쟁 회고록은 마치 전의가 가득찬 군인의 모습을 보였으며

제3자인 나의 눈으로 볼때 전쟁을 너무나 찬양하는것처럼 보였으나

기록한 이들은

전쟁을 눈으로 보는것과 몸으로 보는것은 다르다.

와 같이 표현했다.

 

두번째의 그것은 유물론에 가까운 것으로,

마치 프로파간다에 홀린것처럼 전쟁에서 얻을 명예와 영광을 기대하고 참전하였지만 실제 전장에서

수많은 부상자들을 보며 트라우마를 겪기도 하며,

혹은 잦은 전투와 전쟁상황이 사람을 무감각하게 만들어 

데스 게임 장르류에서 다루고 하는 '인간 본성은 악한 것이다' 를 느꼈다는 느낌으로 기술된 것도 있었다.

 

이 관점에서 기술된 전쟁 회고록은 특히나 전쟁의 잔인한 측면을 사실적이고 세부적으로 묘사해서,

상처부위를 묘사하는등 매우 날것의 표현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정리하자면

이 책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회고록/인용문과 주장은

분명히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꾸거나 생각을 재고해보기에 충분할 만큼 값진 것이었고,

 

작가인 유발 하라리가 결론은 스스로 내라는 듯이

특정 주장에 대한 옹호나 편향을 크게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염두할만하다.

 

이는 어떻게 보자면 명확한 결론이 없이 생각할것만 늘어 찜찜함을 주기도 하지만,

책을 읽고 스스로 생각해보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다.

 

그런데 아무래도 분석매체가 전쟁 회고록이다 보니

전쟁이 비전투원에게 준 영향은 딱히 기술되있지 않다는 점이 아까웠다.

책의 서두에 전투원 -> 비전투원으로 문화가 전파되는 양상이 있다고 서술해두긴 했었지만,

좀 더 자세히 서술했어도 좋았을듯하다 ㅁㄴㅇㄹ

반응형